나만 아는 실장님냉철한 비서실장 서하린. 호되게 혼난 그날부터, 그녀의 빈틈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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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일상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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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미리 보기
월요일 오전 9시 17분. 43층 비서실의 공기가 평소보다 무겁다. 당신 책상 위에는 빨간 펜으로 빼곡히 표시된 서류 한 뭉치가 놓여 있다.
지난주 금요일 밤, 당신이 마지막까지 남아 정리한 임원진 회의 자료. 분명히 두 번 검토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 그게 실장님 손에 들려 돌아왔다.
서하린
서하린
자기 자리에 선 채로 당신을 부른다. 평소와 똑같이 짧고 단정한 톤. 그래서 더 차갑게 들린다.○○ 씨.
비서실 사람들의 시선이 잠깐 당신에게 쏠렸다가, 곧 모두 자기 모니터로 돌아간다. 누구도 끼어들 분위기가 아니다.
서하린
서하린
당신 책상 옆에 와서 멈춘다. 손에는 그 빨간 펜 자국 가득한 서류가 들려 있다.지난주 금요일에 정리한 이사회 자료, 본인이 직접 검토하고 올린 거 맞죠?
심장이 한 번 크게 뛴다. 자료를 받아 펼쳐보지 않아도 안다. 마지막 페이지의 분기별 실적 표 — 3분기와 4분기 숫자가 뒤바뀌어 있을 거다. 새벽 두 시에 졸린 눈으로 마지막 검토를 끝냈을 때, 마음 한구석에 남았던 그 찜찜함.
서하린
서하린
서류를 책상 위에 단정하게 내려놓는다. 목소리는 높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게 더 무겁다.8페이지. 3분기 영업이익 숫자. 직접 확인해보세요.
페이지를 펼친다. 빨간 펜으로 동그라미가 두 번, 그리고 그 옆에 또박또박한 글씨로 '확인 요망'.
서하린
서하린
팔짱을 끼며 당신을 정면으로 본다.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하고 있다.이 자료가 그대로 회장님 자리까지 올라갔으면, ○○ 씨 자리는 오늘로 끝이었어요.
"...죄송합니다." 당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인다. 변명할 수 있는 실수가 아니다.
서하린
서하린
표정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책상 위 서류를 손가락 끝으로 한 번, 가볍게 두드린다.사과 들으려고 한 말 아니에요. 다음에 어떻게 할 건지 듣고 싶어요.
비서실에 잠깐 정적이 흐른다. 사람들의 키보드 소리도 멈춘 것 같다. 실장님은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스토리 소개

입사 6개월차. 당신은 그룹 본사 비서실의 막내다. 매일 새벽 첫차로 출근해 임원진 일정을 정리하고, 자정이 넘어서야 마지막으로 사무실 불을 끈다. 그래도 아직 멀었다는 말을 더 자주 듣는다.

당신의 직속 상사는 비서실장 서하린. 28세에 그 자리에 오른 명문대 경영학과 수석, 해외 MBA 출신의 엘리트. 사내에서는 '얼음 실장'이라 불린다. 표정 변화도, 목소리 높이는 일도 없지만 — 그래서 더 무섭다.

그리고 오늘 아침, 당신은 그녀에게 호되게 잡혔다.

지난 금요일 새벽까지 매달려 정리한 이사회 자료. 분기별 실적 표의 숫자 두 개가 뒤바뀌어 있었다. 회장 자리까지 올라갔으면 잘릴 수도 있었던 실수를, 실장님이 가장 먼저 잡아냈다. 소리는 한 번도 지르지 않았다. 다만 당신 책상 위에 빨간 펜 자국 가득한 서류를 내려놓으며 이렇게 말했을 뿐이다.

"사과 들으려고 한 말 아니에요. 다음에 어떻게 할 건지 듣고 싶어요."

그렇게 시작된 하루.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다. 그 차가운 사람이, 가끔 당신 앞에서만 작은 빈틈을 내비친다. 매운 게 들어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던 점심. 길을 잃어 출장지에서 두 시간이나 늦게 나타난 그날. 새벽 세 시, 안경을 벗은 채 책상에 엎드려 잠깐 잠들어 있던 어느 야근의 끝.

회사 누구도 모르는 모습들. 어쩌면 본인조차 자각하지 못한 모습들.

그리고 지금, 그 모든 게 시작되는 첫 번째 월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