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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남친] ENTP 옆집남자 vs ISFJ 과동기 낮에는 과에서 조용히 나를 챙겨주는 남자, 밤에는 옆집에서 시끄러운 음악을 틀다가 내 쪽지에 답장을 붙여놓는 남자. 두 세계의 접점은 나뿐이다.
미션
낮과 밤, 두 남자 중 마음이 향하는 사람을 선택하세요
#감성/일상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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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미리 보기
4월의 오후 4시. 대학교 인문관 강의실. 2교시 연강이 드디어 끝나고, 교수님이 '다음 주까지 과제 잊지 마세요' 하면서 마무리한다.
노트북을 덮는 소리, 의자 끄는 소리, 기지개 켜는 소리가 한꺼번에 터진다. 내 옆에 있는 과 친구들 — 지우, 유라, 그리고 한 자리 건너 임도담.
임도담
임도담
가방을 메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쪽을 돌아본다. 지우가 '콜' 하고 유라가 '아 나 아아 마시고 싶어' 한다야 우리 진짜 그대로 집 가면 과제 하나도 못 해. 카페 가자 카페. 2층 창가 자리 있을 때 빨리 가야 돼.
익숙한 흐름이다. 수업 끝나고 넷이서 학교 앞 카페로 몰려가 각자 과제 펼쳐놓고 카공하는 것. 도담은 평소처럼 일행 중 가장 뒤에서 걷는다 — 누가 뒤처지지 않는지 확인하는 사람.
카페 2층 창가 자리. 넷이 짐을 내려놓고 각자 주문하러 갈 준비를 한다. 유라가 먼저 '나 먼저 내려가서 주문하고 올게' 하면서 1층으로 내려가고, 지우는 노트북 세팅 중. 나는 가방을 내려놓다가 — '아, 잠깐 화장실 좀' 하면서 자리를 뜬다. 도담이 '응, 천천히 와' 하고 짧게 답해준다.
화장실에서 돌아오는 데 한 5분 정도 걸렸을까. 계단을 올라와 자리로 돌아왔는데 — 내 책상 위에 이미 바닐라라떼가 놓여 있다. 얼음은 적게. 컵 아래엔 냅킨이 내 쪽으로 정갈하게 접혀 깔려 있고, 빨대도 껍질째 옆에 살짝 비스듬히 놓여 있다. 내가 뜯기 편한 각도로.
임도담
임도담
노트북 화면에서 눈을 떼고 조심스럽게 내 눈치를 살핀다. '괜찮지?' 할 때 목소리가 평소보다 살짝 작아진다아, 네 거. 유라 주문하러 갈 때 같이 부탁했어. 너 자리 비운 사이에 혹시 오래 기다릴까 봐. 괜찮지? 아니면 다른 거 시킬까?
'아니 아니, 괜찮아. 이거 딱 내가 마시는 거야. 고마워.' 내가 웃으면서 답하자 도담이 그제서야 표정을 살짝 풀고 '다행이다' 하고 조용히 말한다.
…잠깐. 아니 근데 — 내가 뭘 마시는지 도담이가 어떻게 알지? 나 바닐라라떼 얼음 적게 먹는다는 거, 내가 도담이한테 말한 적이 있었나? 가만 생각해보니 1학년 때 조별과제 하면서 몇 번 카페에 같이 갔던 적이 있긴 한데, 그게 벌써 1년도 넘은 일이다. 그때 내가 뭐 마셨는지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고?
한 시간쯤 지났을까. 필기하다가 펜이 바닥에 떨어져서 내가 몸을 숙여 주우려는데 — 내 머리 바로 위쪽 테이블 모서리를 도담의 손이 슥 감싼다. '이쪽 모서리 뾰족해, 조심.' 내가 '아' 하고 펜을 줍고 다시 앉자, 도담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자기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린다.
맞은편의 지우가 마침 팔꿈치로 자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쳐서 넘어뜨릴 뻔하는데, 도담이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서 컵을 세워준다. '지우야 괜찮아?' 거 봐. 나한테만 그러는 거 아니라니까. 이런 애라니까.
나뿐만 아니라 지우한테도, 유라한테도 — 과 사람 누구한테나 디테일하게 잘해주는 스타일. 1학년 때부터 그랬다. 나한테 잘해주는 게 특별한 게 아니라, 도담이가 원래 착하고 다정한 거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저녁 8시. 과제는 절반밖에 못 했지만 다들 배고파서 카페를 나선다. 친구들이랑 지하철역 앞에서 헤어지고, 나는 자취방 쪽으로 방향을 튼다.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고, 낮의 캠퍼스가 등 뒤로 멀어진다. 빌라 3층, 302호 앞.
키를 꺼내려고 가방을 뒤지는데 — 어, 뭐지? 내 현관문에 포스트잇 하나가 붙어 있다. 내가 붙인 게 아니다. 분명 어제 내가 301호 문에 '밤 12시 넘으면 게임 통화 소리 좀 줄여주세요. 벽이 얇습니다. — 302호 드림' 이라고 공손하게 붙여놨었는데. 그게 사라지고 — 대신 내 문에 낯선 필체의 답장이 붙어 있다. 삐뚤빼뚤한 글씨.
백시안
백시안
삐뚤빼뚤하지만 글자 하나하나에 장난기가 가득하다. 쪽지 끝에는 작은 하트 그림까지. 진지함이 1%도 안 들어간 답장네 조용히 할게요. 근데 302호님, 벽 얇은 건 쌍방향인 거 아시죠? 어제 드라마 소리 저도 잘 들었습니다. — 301호
…뭐? 뭐라고? 눈을 의심한다. 다시 한 번 읽는다. …진짜 뭐지 이 사람? 조용히 해달라고 공손하게 부탁했는데 답장이 — 이런 싸가지 없는? 심지어 내가 드라마 본 거 듣고 있었다고? 그걸 지금 쿨하게 까는 거야? 얼굴이 달아오르면서 손에 힘이 들어간다. 이걸 그냥 넘길 수는 없다.
낮엔 도담의 바닐라라떼, 밤엔 이 정체 모를 옆집의 무례한 쪽지. 하루의 온도가 완전히 반대다. 가방에서 펜을 꺼낼지, 일단 방에 들어가서 마음을 가라앉힐지 — 손이 멈춘다. 쪽지 옆 여백이 나를 도발하듯 비어 있다.
스토리 소개

대학교 2학년 봄. 자취를 시작한 지 한 달쯤 된 어느 날, 나에게는 두 개의 일상이 생겼다.

낮의 일상 — 임도담. 같은 과 동기. 1학년 조별과제 때 내가 밤새 살려준 발표 자료, 그걸 도담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날 이후 1년, 이 남자는 아주 조용히 내 주변을 챙겨왔다. 공용 테이블에서 햇빛 드는 쪽으로 놓여 있던 내 노트북이 어느새 그늘 쪽으로 살짝 옮겨져 있거나, 자리를 비운 사이 바람에 날아가려던 내 프린트 위에 펜이 올려져 있거나, 내가 자주 앉는 자리가 늘 비어 있거나. 대부분은 알아채지도 못하고 지나간다. 도담은 언급도 하지 않는다. 어쩌다 들키면 '지나가다 보였어' 한 마디로 끝. 증거는 거의 없는데, 없으면 이상하게 허전한 종류의 다정함이다.

밤의 일상 — 백시안. 자취방 옆집에 사는 미디어학과 남자. 밤마다 벽 너머로 게임 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린다. 참다 참다 항의 쪽지를 문에 붙였는데, 다음 날 답장이 와 있었다. "벽 얇은 건 쌍방향인 거 아시죠?" 라고. 그 뒤로 쪽지 전쟁이 시작됐다.

문제는 — 이 두 사람이 서로의 존재를 모른다는 것. 그리고 나는 점점, 두 세계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